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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al Note

관습헌법 ; 우리나라 수도는 왜 서울인가?

법률이야기 2022.02.14 변호사 신원진

관습과 법 대한민국의 수도는 왜 서울인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2004. 10. 21. 대한민국 수도를 서울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내용의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관습과 법

대한민국의 수도는 왜 서울인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2004. 10. 21. 대한민국 수도를 서울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내용의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위 위헌 결정은 대한민국 법학 역사에 있어 흑역사 of 흑역사가 됩니다. 그거슨 바로...세상 제일 똑똑하다는 헌법재판관님들께서 위헌의 근거로 들고 나온 "관습헌법"이라는 희대의 드립 을 시전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위 위헌결정이 나오고, 법학 좀 배웠다는 많은 사람들은 머리를 어디서 씨게 맞은 느낌이었을겁니다. 관습헌법? 대한민국에 관습헌법이란게 있었어? 뭐 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법을 아예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헌재의 위헌결정이 뭔가 석연치 않았을 겁니다.

관습헌법? 너는 대체 무어냐

헌재가 관습법을 들고 나온건 전혀 듣도보도 못한 이야기를 들고 나온건 아닙니다. 민법 제1조에도, 상법 제1조에도 "법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법규정이 없을 때는 관습법에 의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법의 그 본질적인 출신(?)을 생각해보면, 법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인류가 나타나기 전에, 인간으로 이루어진 사회가 생기기전부터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너와 내가 교류하고, 우리가 교류하기 시작하면서, 사람이라면, 사람 사이라면 돌이나 어느 푯말에, 혹은 어느 문서에 써져있지 않더라도, 누구나 암묵적으로 당연히 지켜야 한다고 하는 규범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 잘못된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은, 법에 그런 규정이 있다는 것을 알아서가 아니라, 법 이전에, 그것이 법과 상관없이 지켜야 하는 사람 사이의 암묵적 규범이어서 입니다. 즉 절도죄는 법에서 정하기 이전에 사람들 사이의 관습이 먼저 형성된 것입니다.

대부분의 법은 결국 관습이 문서화된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법과 관습은 그 경계가 확실해서 명확하게 구분되는 규범이라기보다 경계를 딱 자를 수 없는 연속적으로 연결된 스텍트럼의 그 어딘가를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에서 규정이 없을 때는 관습법에 의한다고 한 것은, 법이 발생가능한 모든 상황을 열거하여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해서 적용할 법이 없을 때에는 사회적 규범인 관습에 의한다는 당연한 말을 한 것에 불과합니다.

현재의 서울 지역이 수도인 것은...

헌재는 바로 위와 같은 관습법이라는 것을 데려와서, 그 이전까지 듣도 보도 못했던 "관습헌법"이라는 법리를 시전하였습니다. 대통령과 의회의 소재지를 정하는 문제(=수도를 정하는 문제)는 국가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헌법사항이고,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점은 조선 600년 역사동안, 또 지금까지 이어온 사회규범이므로, 즉 서울=수도는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관습헌법이라는 논리를 제시하였습니다.

© Heartywizard, 출처 Pixabay

우리 헌법전상으로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명문의 조항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현재의 서울 지역이 수도인 것은 그 명칭상으로도 자명한 것으로서, 대한민국의 성립 이전부터 국민들이 이미 역사적, 전통적 사실로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대한민국의 건국에 즈음하여서도 국가의 기본구성에 관한 당연한 전제사실 내지 자명한 사실로서 아무런 의문도 제기될 수 없는 것이었다. 따라서 제헌헌법등 우리 헌법제정의 시초부터 '서울에 수도(서울)를 둔다.'는 등의 동어반복적인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는 헌법조항을 설치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것이었다. 서울이 바로 수도인 것은 국가생활의 오랜 전통과 관습에서 확고하게 형성된 자명한 사실 또는 전제된 사실로서 모든 국민이 우리나라의 국가구성에 관한 강제력 있는 법규범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2004. 10. 21. 선고 2004헌마554·566(병합) 전원재판부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위헌확인] [헌집16-2, 1]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인 것은 조선시대 이래 600여 년 간 우리나라의 국가생활에관한 당연한 규범적 사실이 되어 왔으므로 우리나라의 국가생활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형성되어있는 계속적 관행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계속성), 이러한 관행은 변함없이 오랜 기간 실효적으로 지속되어 중간에 깨어진 일이 없으며(항상성),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국민이라면 개인적 견해 차이를 보일 수 없는 명확한 내용을 가진 것이며(명료성), 나아가 이러한 관행은 오랜 세월간 굳어져 와서 국민들의 승인과 폭넓은 컨센서스를 이미 얻어(국민적 합의) 국민이 실효성과 강제력을 가진다고 믿고 있는 국가생활의 기본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우리의 제정헌법이 있기 전부터 전통적으로 존재하여온 헌법적 관습이며 우리 헌법조항에서 명문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자명하고 헌법에 전제된 규범으로서,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한다.

헌법재판소 2004. 10. 21. 선고 2004헌마554·566(병합) 전원재판부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위헌확인] [헌집16-2, 1]

© bundo, 출처 Unsplash

관습헌법

수도를 서울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서울이 아닌 다른 곳으로 수도를 옮기려면..

헌재는 "서울=수도"를 관습헌법으로 전제한 다음,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국민투표를 거쳐야한다는 헌법 제130조 규정에 따라, 수도 이전을 위해서는 헌법개정을 통하여야 하고, 따라서 헌법 개정이 아닌, 헌법의 하위규범인 일반 법률로써 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립니다.

헌법 제128조

①헌법개정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

②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

제129조

제안된 헌법개정안은 대통령이 20일 이상의 기간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

제130조

①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하며, 국회의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②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③헌법개정안이 제2항의 찬성을 얻은 때에는 헌법개정은 확정되며, 대통령은 즉시 이를 공포하여야 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 levimeirclancy, 출처 Unsplash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의문

관습헌법을 존재를 인정한다면 헌재의 결론이 일견 타당해 보일 수는 있으나, 헌재가 펼친 논리는 심각한 논리상 헛점이 존재합니다.

첫째, 헌재가 제시한 관습헌법의 기준대로라면 한글을 사용하는 것, 태극기가 대한민국의 국기인 사실도 모두 관습헌법사항에 해당하나, 한글과 국기에 관하여는 헌법보다 하위규범인 법률로써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관습헌법을 이미 법률로 규정한 사례가 있음에도, "서울=수도"라는 관습헌법에 대해서만 법률로써 규정할 수 없다면 그에 대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헌재는 이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둘째, "서울이 대한민국 수도이다"는 명제와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여야 한다"는 명제는 엄연히 다릅니다. 즉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이다"라는 명제는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는 명제일 뿐, 이로부터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여야한다"는 명제가 도출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헌재가 수도를 이전하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을 통해 이루어져야한다는 논리는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이다"라는 명제를 넘어서서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여야한다"는 명제까지 인정하고 전제하여야 도출되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헌재는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을 고려시대, 이성계, 천도론, 조선 왕조까지 거론하며 장황하게 그 근거를 제시하였으나, "서울이 수도여야한다"는 명제에 관하여는 단 한 줄의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였습니다.

셋째, 헌재는 이성계가 조선왕조를 창건한 이래, 600년간 서울이 수도였으니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관습헌법을 인정하였으나, 헌재의 논리대로라면 서울 지역의 행정구역을 변경하는 것은 수도를 변경하는 것이므로 헌법개정을 하여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지금껏 서울은 인구유입에 따라 경기도 지역이 계속하여 서울로 편입됨으로써 확장되어 왔는데, 이와 같은 행정구역변경이 헌법개정을 거치지 않아 위헌이라는 뜻입니다.

넷째, 헌재의 논리대로라면 헌법에 명문상 규정이 없더라도 관습헌법이면 헌법개정을 거쳐야한다는 것인데, 이게 가만 생각해보면 참 웃긴 말이됩니다. 관습헌법인지 아닌지는 헌재가 결정하는데, 헌재가 결정하기 이전에 이건 관습헌법이니 헌법개정을 통해서 해야하고, 저건 관습헌법이 아니니 법률로 변경이 가능하다고 대체 어느 누가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개정"이라는 뜻을 보면 기존의 무언가를 고친다는 것으로, 개정을 하려면 개정의 대상인 무언가가 먼저 있어야합니다. 하지만 관습헌법은 말그대로 관념상의 개념일뿐 어딘가에 써져있거나 눈에 보이는 유형의 물체가 아닙니다. 일반 국민도, 헌재도 관습헌법으로 정확히 무엇이 있는지,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모르는 상태인데, 알지도 못하는 그걸 고치려면 헌법개정을 거쳐야한다니, 이건 대체 앞뒤가 안맞는 말이지요. 그러니까 관습헌법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130조에서 규정한 헌법개정의 대상은 어디까지는 이미 문서화된 성문헌법을 의미한다고 보아야합니다. 이건 법을 제정하는 입장에서 보면 당연합니다. 어떤 법을 만들면서 그 안에 법을 개정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하는지 규정했다면, 그 개정 대상은 그 어떤 법이지, 그 어떤 법에서 규정하지도 않은 내용이 아닙니다.

© Jamesgraphy, 출처 Pixabay

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에 관한 위헌 결정은 법학자들에게 정말 욕을 많이 먹은 결정중에 하나입니다. 전형적으로 '결론을 미리 정해두고 근거를 결론에 끼워맞춘 결정'이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구체적인 법적 정합성을 따져보지 않더라도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데, 결정 전문을 읽어보면 더더욱 이해되지 않는 결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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