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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al Note

[영화와 드라마 속 법률이야기] 작은아씨들 그리고 횡령죄

영화와 드라마 속 법률이야기 2022.10.12 변호사 신원진

'작은아씨들'은, 돈이 없어서 수학여행도 포기해야했던 가난한 집의 세 자매가, 돈과 권력으로 사람들을 쥐락펴락하는 '정란회'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로, 매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탄탄한 연출로 흥행에 성공한 듯 싶습니다.

'작은아씨들'은, 돈이 없어서 수학여행도 포기해야했던 가난한 집의 세 자매가, 돈과 권력으로 사람들을 쥐락펴락하는 '정란회'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로, 매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탄탄한 연출로 흥행에 성공한 듯 싶습니다.

세 자매의 맏언니인 오인주(김고은 분)는 하루아침에 비자금 700억원의 주인이 됩니다. 작은아씨들은 이 비자금 700억원을 두고 쫓고 쫓기는 이야기입니다.

극적인 연출을 위해 비자금 규모를 크게 설정한 것도 있겠지만, 오징어게임이 456억원의 상금을 제시하는 바람에, 그 뒤에 나오는 한쿡드라마는 어쩔 수 없이 스케일을 키워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여간 작은아씨들에서 원령건설의 비자금은 700억원이었고, 원령건설의 경리직원이었던 오인주는 선임(?) 진화영(추자현 분)의 계획에 따라 700억원의 주인이 됩니다.

여기서 의문점 한 가지. 어차피 불법적으로 조성된 비자금이라면 그 돈을 훔치더라도 괜찮은거 아닌가?

최근 뉴스에 나오는 수백억원 대 횡령 사건들은, 비자금이 아니라 회사의 쌩돈(?)을 직원이 개인적으로, 임의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당연히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하지만 작은아씨들에선, 회사의 정상적인 쌩돈이 아니라, 이미 불법적으로 조성된 비자금을 횡령합니다. 애초에 진화영은 700억원이 비자금이었기 때문에 그 돈을 유용하기가 쉬웠을겁니다.

현행법상 비자금 조성행위 그 자체로 처벌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비자금 조성을 위해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수취했거나 분식회계를 한 경우 그에 따른 처벌을 받을 뿐입니다.

비자금과 관련하여 주요하게 문제되는 것은 '횡령'인데, 우리나라 형사실무상 비자금 조성행위 자체로 횡령죄로 처벌하지 않고, 그 비자금을 '임의로', '개인적으로' 유용한 경우에만 횡령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자금을 조성했더라도 그것을 회사를 위하여 사용했는지, 개인적으로 사용했는지에 따라 횡령죄 성립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인데 이말이 무엇인고하니, '횡령'이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맡긴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임의로 소비하는 등의 경우를 의미하고, 그렇다면 비자금이라고 하더라도 그 비자금을 개인이 아니라 비자금의 원래 주인인 회사를 위해 사용한 것이라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재물죄는 원칙적으로 '불법영득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비자금을 개인이 아니라 원래 주인인 회사를 위해 사용한 것이라면 '불법영득의사'가 없으니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1015 판결

"법인의 운영자 또는 관리자가 법인의 자금을 이용하여 비자금을 조성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법인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즉, 다시 작은아씨들로 돌아와서, 만일 오인주가 회사를 위해 회사의 비자금을 보관하는 용도로 자신의 계좌를 이용한 것이라면 횡령죄는 성립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서 회사가 아니라 개인을 위해 편의점에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사거나 올리브영에서 화장품을 사는 행위는 모두 횡령에 해당합니다.

참고로 대한민국 법원은, 비자금이 불법적으로 조성되었더라도, 그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여전히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입니다(비슷한 예로 위조수표일지라도 그 수표를 훔치면 절도죄가 성립합니다). 형법학계에선 불법적인 자금에 대한 횡령죄 성립에 관해 첨예한 논의가 있지만 본 포스팅에서는 생략하겠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 논문을 찾아보시면 도움이 될 듯 합니다.

→ 류석준(2007), 「기업의 비자금조성행위에 관한 형사처벌 가능성 검토」, 우리형사판례연구회).

↓↓↓이하는 스포주의↓↓↓

극중에서 오인주는 "범죄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700억원에 대한 횡령은 무죄를 선고받습니다. 이는 법적으로 횡령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진화영이 700억 횡령의 도구로써 오인주를 이용한 것에 불과하니 오인주는 횡령의 고의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인주의 의도와 상관없이 700억이 오인주의 계좌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돈을 다시 인출하거나 사용하는 행위는 별개의 범죄를 구성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드라마 전개를 위해 별도로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인 뒷이야기 전개는 넷플릭스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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