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 일하는 중에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수사권이 조정되는 상황을 현장에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수사권 조정에 따른 수사 실무의 변화 등 그 파장을, 적어도 일반 국민보다는 더 극적으로 체감한듯 싶습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업무가 극단적으로 늘어났고, 그로 인한 부작용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변호사로서 경험한 형사법 적용의 현실을 돌아보건대, 수사권 조정의 방향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따라서 과도기에 있는 부작용은 보완의 대상으로 삼을지언정, 수사권 조정을 과거로 돌리는 일은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대한민국의 형사법 체계에서 수사권 조정은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2020년 이전까지 검찰은 수사와 기소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었으며, 이는 권력의 집중으로 인한 여러 문제점을 야기했습니다.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제기되었습니다.
- 권력의 분산과 견제
-검찰이 수사와 기소에 대한 전적인 권한을 가짐으로써 발생한 부작용은 한국 현대사에서 수없이 목도해왔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을 칼잡이로 활용하여 상대 진영을 형사법을 옭아매는 일을 반복하다보니, 칼잡이였던 검찰 스스로가 어느새 권력 그 자체가 되어버렸습니다. 검찰이 갖게 된 무소불위의 권력을 분산시키고 견제하자는 논의는 자연스럽게 재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수사의 전문성과 효율성 향상
-초동수사가 중요하다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경찰은 범죄현장의 최일선에서 범행 당사자, 사건 관계자를 직접 대면하는 기관이기에, 경찰 단계에서의 수사는 그 결과를 바꿀 수도 있을만큼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경찰이 마냥 검찰의 지휘를 받는 보조자 역할에 그친다면, 경찰로서도 적극적으로 수사할 유인도, 따라서 전문성을 키울 유인도 없게 됩니다. 또한 수사부실의 최종 책임은 수사지휘자인 검찰에게 있으나, 적극적으로 수사할 필요도 없고, 그럼 또 검찰은 대충 이루어진 수사를 보완하느라 경찰이 쏟은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는(건물을 새로 짓는 것보다 잘못 지어진 건물을 다시 짓는 게 더 맣은 에너지가 드는 것처럼) 비효율이 계속하여 누적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즉 경찰이 수사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키우게 하기 위해서라도, 독자적인 수사권을 부여해야만 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부터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명문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꾸준히 있었고, 201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추진 등을 거쳐 마침내 2020년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으로 수사권 조정이 실현되었습니다.
언론에선 검찰의 절대적인 권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부각시키지만, 실무에선 '정치인'이 아닌 '일반인'들조차 권력집중의 부작용을 경험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정치를 배제하고서도 수사권 조정은 너무도 당연한 요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사권, 기소권을 누구에게 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시대의 상황에 맞게 조정되어야 합니다.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권침해 사례가 극심했던 시절에는 이를 견제하기 위해 검찰의 수사지휘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시대의 요구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새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검찰, 이로 인한 폐해를 목도해온 시절을 거쳐 이제는 경찰에게 독자적인 수사권한을 주는 것이 시대정신이 되었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3년차, 여기저기 부작용을 경험하긴 합니다. 그럼에도 작금의 시대정신은 수사권 조정이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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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변호사 신원진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려 있습니다.
